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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1/0은 왜 안되나

적외선 2017. 1. 19. 15:08


많은 사람들이 나눗셈을 할 때 0으로 나눌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0으로 나눌 수 없는 이유는 모든 선생님이 가르쳐 주었을 텐데, 여전히 0으로 나누는 것이 왜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다른 수학 문제에 비하면 0으로 나누는 것을 도무지 모르겠다는 사람의 수는 그래도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번 0으로 나눌 수 없는 이유를 짚어보자.


0으로 나누기,한번 해보자




두 실수가 주어지면 나눗셈을 하는 방법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3.764를 1.9로 나누려고 하면, 아래 그림처럼 나눠가기 시작한다.




이런 나눗셈 방법을 ‘긴 나눗셈’ 한자로는 장제법(長除法) 영어로는 long division이라고 부른다. 이제 같은 방법을 써서 1을 0으로 나눠보자.




좀처럼 나눗셈이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음표 부분에 어떤 수를 쓰더라도 파란색으로 쓴 부분이 0이 되어 도무지 소거가 안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아무리 나누고 싶어도 몫을 구할 수 없으므로’ 나눗셈이 불가능한 것이다. 어떤 수든 0이 아닌 수를 0으로 나누면 같은 현상이 생긴다. 이번에는 긴 나눗셈을 써서 0을 0으로 나눠보자.




이번에는 조금 전과 상황이 다른데, 물음표 부분에는 1을 쓰든, 2를 쓰든 어떤 수를 쓰더라도 나눗셈이 단번에 끝난다. 하지만 이래서야 몫이 1인지, 2인지 알 도리가 없다. 따라서 0으로 나눈 값을 결정할 수가 없다! 이 경우엔 ‘몫을 정할 수 없어서’ 나눗셈이 안 되는 것이다.



컴퓨터도 0으로 나누라고 하면,못 하겠다고 버틴다






계산기에 1을 0으로 나눠본 결과



이처럼 0으로 나누려고 하면 긴 나눗셈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혹시 뭔가 신비하고 특별한 다른 나눗셈을 쓰면 0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수학자들에게는 숨겨놓은 비장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 수학의 원리가 가장 잘 들어있는 컴퓨터에게 0으로 나누기를 시켜 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윈도 계열 운영체제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 수행 중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처리장치로 ‘인터럽트’라는 것을 보내 프로그램을 잠시 멈추고 컴퓨터의 처리를 기다린다. 그런데, 이런 인터럽트가 발생하는 상황 중 가장 상위에 있는 것이 바로 ‘0으로 나누기’이다. 프로그램이 0으로 나눌 것을 요청하면 중앙처리장치에서는 ‘0으로 나누는 것은 오류’, ‘0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영어로는 ‘Divide by 0’라는 결과를 내보낸다. 이 오류를 잘못 처리하면 심할 경우 파란 화면을 띄우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윈도 계산기로 1÷0을 시키면 이런 화면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는 왜 0으로 나눌 수 없다고 하는 것일까? 먼저 근본적으로 컴퓨터는 나눗셈을 못한다는 것부터 언급해야겠다. 계산 능력이 탁월한 컴퓨터가 나눗셈을 못하다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오해는 하지 말길 바란다. 컴퓨터가 나눗셈을 못한다는 말은, 컴퓨터가 나눗셈을 할 때 ‘뺄셈’을 반복해서 처리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사실은 뺄셈도, 덧셈과 보수 연산을 이용해서 처리한다. 어쨌든 0으로 나누려면 0을 빼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데, 0을 아무리 빼도 값이 변하지 않으므로, 뺄셈만 반복하며 무한 루프에 빠져 버릴 것이다. 그냥 뒀다가는 0만 빼다가 세월 다 보낼 테니, 0으로 나누는 것을 금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눗셈의 정의를 바꾸지 않는 한,누구도 0으로는 못 나눈다




사실 이미 감은 잡혔겠지만, 누가 뭐래도 0으로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나눗셈이 ‘곱셈의 역연산’임을 돌이켜 생각해 보기만 하면 된다. a÷b를 계산하여 c가 나온다는 것은 c×b = a가 성립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3÷2가 1.5인 것은 1.5×2 = 3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제 예를 들어 3을 0으로 나눌 수 있다고, 즉, 3÷0 = c 를 만족하는 c를 구할 수 있다고 해 보자. 정의에 따라 c×0 = 3이 성립한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음수 곱하기 음수는 양수’를 설명할 때 증명한 적도 있지만, 왼쪽 변은 항상 0이다! 따라서 0=3이 성립하게 되어, 모순이 발생한다. 모순이 생겼다는 것은 중간 단계 어디선가 잘못했다는 뜻인데, 어디가 잘못인지 알기 위해서는 거꾸로 올라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0이 3과 다르다는 것에서 거꾸로 올라가면, 애초 c×0 = 3 이 성립하는 c가 있다고 가정했던 것이 잘못이라는 뜻, 즉, 3÷0=c인 c를 구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0으로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설명으로는 0÷0을 구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기에는 불충분하고, 조금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이제 0÷0이 계산 가능하다고 하자. 이때는 1×0 = 0 , 2×0 = 0인 것을 알기 때문에 나눗셈의 정의로부터 0÷0 = 1 및 0÷0 = 2가 성립할 것이다. 따라서 1 = 2가 되어야 한다. 이것 역시 모순이다. (왜 모순일까? 예를 들어 페아노 공리계의 용어를 쓰면 1=1’인데, 이는 1이 어떤 수의 다음수도 아니라는 데 모순이다!) 이런 모순은 0÷0이 계산 가능하다는 가정을 한 데서 생기는 모순이다. 따라서 0÷0 역시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하필 0으로만 나눌 수 없나?




예를 들어 1.8으로는 나눌 수 있고, -π로도 나눌 수 있는데, 왜 하필 0으로만 안 되는 걸까라는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이미 답은 나온 셈이지만, 0이 뭐 그리 대단한 수라서 그런 특혜를 누리는 걸까? 사실 0은 대단한 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수든 0을 더해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덧셈에 관한 한 0은 있으나마나 한 변변치 못한 수니까. 그러나 0을 빼놓고 생각하는 덧셈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라는 것을 알아 주기 바란다. 0이 덧셈에서는 변변치 못했을지는 몰라도, 곱셈에서만큼은 어마어마하게 사정이 다르다. 가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어떤 수를 곱해도 그 수를 무력하게 만들고 결과를 0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성질을 갖는 수는 0밖에 없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0으로는 나눌 수 없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같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 보자. 예를 들어 4×b를 생각하자. 이 값은 b가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진다. 또한, 모든 수가 곱셈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예를 들어, 긴 나눗셈을 해 보면)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 성질은 4를 다른 수로 바꿔도 성립하는데, 오로지 0만 예외다. 0×b를 생각하면, b가 달라도 결과가 달라지기는커녕, 결과는 0 하나밖에 안 나온다! 적어도 곱셈에 대해서는 (따라서 나눗셈에 대해서도) 0만큼은 특별 대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0으로 나누면 무한대라던데요




0을 맨 처음 수로 취급한 인도에서 0으로 나누는 문제를 맨 먼저 고민했을 거라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는데, 일례로 12세기의 유명한 인도 수학자 바스카라(Bhaskara Acharya, 1114~1185)는 자신의 저서 “릴라바티(Lilavati)”에서 1÷0을 무한대로 취급하였다. 사실 현대 수학자들도 극한의 개념을 써서 이렇게 취급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이런 주장에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섣불리 1÷0을 무한대로 취급하는 것은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게 좋다. 첫째, 1÷0 = ∞ 라는 말은, 1 = ∞ x 0 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는 숫자도 아니므로 무작정 숫자와 곱셈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1÷0 = ∞ 라면 당연히 -1÷0 = -∞로 취급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무한대는 수가 아니므로, 무한대와 관련한 연산은 보통의 의미에서의 사칙 연산의 규칙을 그대로 따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무한대와 관련한 연산은 ‘극한의 개념’이나 ‘확장된 실수계의 개념’ 등을 이용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의미를 가지는데, 그런 개념을 소개하는 것은 이 글이 의도하는 바의 범위를 넘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그러나, 1÷0 = ∞ 이라는 표기를 쓴다고 해서 여전히 ‘0으로 나눌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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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경훈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출처: http://sonseungha.tistory.com/33 [Linuxias]